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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단상
봄의 단상 * 2018 청주교육대학교 대학신문 사설 따뜻한 봄날입니다. 황사가 심해서 따뜻해도 걱정이지요. 산과 들로 나들이하기 꺼려질 때 예술을 즐기는 건 어떨까요? 주말에 오페라도 좋고, 콘서트도 좋고, 연극도 좋고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제일 저렴하고 품위 있게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이번 성장과 탐구라는 1학년 대상 프로그램에서 책을 선정하는 자율권을 학생들에게 돌렸는데, 한 조에서 김선현 작가의 <그림의 힘>이라는 책을 선정했네요. 정말 그림의 힘, 미술의 힘은 무엇일까요. 작가는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일의 행복을 위하여, 부드러운 사람 관계를 위하여, 돈과의 긍정적 재설정을 위하여, 시간에 대한 긍정적 흐름을 위하여, 나만의 리듬을 위하여. 그림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받는 일의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줄여 만족도를 높이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어려움을 줄이며, 돈과 시간에 옥죄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요. 그림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당연한 일상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힘, 어두운 사회를 조금씩 밝히고 변화시키는 힘, 무의미한 삶 속에서도 뭔가 의미를 만들어주는 힘, 큰 걸음을 조금씩 작아지게 하는 힘, 뭔가를 보거나 듣거나 할 때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힘, 앞을 보지만 뒤가 생각나게 하는 힘, 저 모퉁이 돌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힘, 없음에서 있음을 보고 있음에서 없음을 보는 힘...... 마음의 가장 앞쪽 그것은 아마도 태어남과 눈뜸, 그리고 뭔가를 보는 것으로 출발했지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뭔가를 보기 시작합니다. 또한 죽기 직전에도 뭔가를 보고 죽지요. 눈을 뜨고 있으면 싫든 좋든 뭔가를 봐야합니다. 그렇게 평생을 뭔가(대상)를 보고 살아야하는 셈이죠. 본 것이 경험이 되고 그것이 정제되어 교양이 되고 지식이 됩니다. 복잡하게 말하면 감각과 지각으로 나누어 말해야 하고 서로의 상호작용에 의해 ‘본다’는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과학적으로 복잡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평생을 뭔가를 봐야 되는 것에 대한 피상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보다’의 사전적 정의는 “1. 눈으로 인식하다. 2. 생각하거나 판단하다. 3. 나타나거나 발생하다.”라고 하네요. 결국 보는 것은 내가 중심이 되어 말해야겠지요. 내가 보거나 나에게 보여지는 것이니까요. ‘보는 것’의 주어는 1인칭입니다. 그러나 ‘보여지는 것’은 3인칭일 수 있습니다. 내가 보는 것이지만, 내가 보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보여질 수 있는 것이지요. 내가 말하는 것 같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말하여질 수 있는 것이죠. 좀 궤변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나의 주체가 보는 것에 대한 오류가 객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나를 버리면, 또는 내가 객체화 되면 그럼 ‘나’라는 관점보다 보편화된 ‘우리’가 존재하니까요. 나 속에 나, 우리 속에 나, 어떤 것이 나를 나와 누군가에 지각시키기 좋을까요? 나의 존재가 존재하여 누군가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과 나의 존재를 버리고 누군가의 나가 되는 것 중에 말입니다. 말이 좀 어려워지네요. 그냥 단순히 보고 감각적으로 느끼고 지각적으로 인식하면 되는데 너무 복잡하게 말을 끌고 가게 되네요. 어쨌든 보는 것은 감각과 지각하고 연결되고 그것이 그 사람의 생각이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는 것 같네요. 그럼 무엇을 보고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것도 각자의 선택으로 주어지기는 쉽지 않죠. 왜냐하면 우리가 태어나면서 환경을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누군가의 나로 태어나서 그 환경을 따라 보고 듣고 해야 하잖아요. 우리가 지금 여기 왜 모여 있을까요? 전 세계에서 하필이면 대한민국, 하필이면 충청북도, 청주, 청주교육대학교, 한국화...... 네, 그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봐 온 것들이 비슷하기 때문 아닐까요? 흔히 우리는 그것을 목표라고 하지요. 지향하는 목표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늘 같이 모이게 되는 셈이죠. 목표가 비슷한 것은 보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과 비슷하죠.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십 년 본 것이 비슷한 사람들이 유유상종한다고 할까요? 이런 현상이 반드시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본 것의 유사성에서 보편성은 얻어낼 수 있겠네요. 개개인의 특수성은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그 특수성이 어떻게 봐야되는 것에 해당하겠네요. 어떤 대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본다는 말을 할 때 핵심입니다. 오늘 봄의 단상을 통해 생각해 보시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뭔가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림의 힘은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관계에서 파생된 무엇입니다. 이 봄에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한 번 자세히 보세요. 그리고 그려 보세요. 그림의 힘이 느껴지고 어떻게 볼까의 단초가 느껴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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