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청주교육대학교 신문칼럼
세상이 온통 전직 대통령 비자금 파문으로 떠들썩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도덕심의 결여에 대해 분노하고 비통해 한다. 과거에 대한 인과응보의 결과라고 모두는 믿고 있다. 자기를 보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자신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인간은 미래의 자기 모습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재의 자기 모습을 보라. 현재의 이기심에 파묻혀 자기를 잃는 모습이 아닌가? 과거와 현재의 자기 모습, 미래의 자신에 대해서 우리는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가 미래의 그림자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을 그리기를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자기의 모습을 진지하게 살펴봄으로써 자기 실체가 들통날 것 같은 착각에 거울보기를 두려워한다. 인간의 잠재적 내면세계의 표출에 대한 두려움일까? 그 표출에서 나오는 불이익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일까? 그래서 인간의 자화상이 나이가 들면서 적어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자화상에 내면의 세계가 드러나는 것이 진실이라면 그 진실을 표현한 인간이 몇이나 될까는 의문이다. 자기 자신의 진실이 무엇이며 자기 자신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삶 속의 많은 변화 속에, 자신의 모습이 수놓아 박히는 현실 속에, 삶과 자아가 하나의 오차 없이 일치된 숨결로 살고 있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사람은 착오로 산다. 착오 없는 삶이 없기에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그저 바라보고 탐구할 뿐, 그 실체를 정확히 끄집어 낼 능력이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자기의 실체를 보기 위해서 인간은 자화상을 그린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피상적이 아닌 곰곰이, 겹겹이 따져 보면 여태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흔적이 덧씌워져 있는 것을 본다.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거울 속에 쳐박힌 자기 실존의 세계를...... 거울의 등장은 인간에 대한 애착, 자기 자신의 얼굴에 대한 관심, 자아의 향수로 이어진다. 거울에 투영된 자신의 걸러진 모습을 보고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사람은 자기를 확인한다. 복제된 자기의 모습, 확실한 자기의 모습을 반사시키는 거울이지만 결국 거꾸로 밖에 비쳐질 수 없는 것이 거울이 아닌가? 거울은 거울로 존재하고 인간은 인간으로 존재한다. 거울의 경험도 자기를 확신시키지 못하니까 말이다.
자화상은 남이 아닌 자기의 꿈과 현실, 자기의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것이다. 거울에 비쳐진 자아, 연못에 비쳐진 장, 그 거울 속의 거울, 연못 속의 연못, 자기 속의 자기를 통해서 무엇이 자아인가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사람은 거울 속의 허상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왜곡된 모습에 너무도 익숙한 자화상을 그리고 있지는 않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마음 속의 자화상, 인간은 자기의 허상을 닮게 하는 것에는 만족치 말아야 한다.
정직한 자화상은 잡히지 않는 나르시스의 연못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모아 뱀이고, 양을 그려 주는 것이 아닌 양이 들어 있는 상자를 그려 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탐구, 그것이 자아에 대한 탐구라면, 인간의 허상의 표현인 자화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 가을에 자화상을 그려보는 여유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자신의 얼굴을 다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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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3. 산고의 아픔
